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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Three days to see

 

사흘동안 볼 수 없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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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석원/한국화가

이틀 연속 큰비가 쏟아졌던 며칠 황당한 부음을 받았다.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가 회사 출근 시간에 집을 나선 예전에 가족들과 살던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떨어져 삶을 마감한 것이다.

그는 오랜 시간을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던기러기 아빠였다. 아파트 옥상을 향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친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비와 눈물이 범벅이 세상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면서 어떤 원망을 하고 있었을까? 인생이 얼마나 힘들었기에, 얼마나 화가 났기에 그랬을까? 아니면, 참을 없을 만큼 지루했었나? 소식을 듣고 한참을 얼이 빠져 있다가 정신을 차린 내가 뱉은 마디는 욕이었다. ‘나쁜 ! 미친 자식!’

때때로 인간은 무기력감과 두려움에 방황한다. 인생에선 아마도 대입 실패 재수할 때가 그런 기억의 최초였던 같다. 간신히 대성학원이라는 대입 종합반 학원에 붙었다. 학원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던 시절이다. 1979 이른 봄이었고 대성학원이 광화문에서 노량진으로 이사 해였다.

학원을 가기 위해서 매일 지하철 1호선을 타고 한강을 건너 다녔다. 하루에 번씩, 일년 동안 600 정도를 좁고 철교를 달리니 번쯤은 분명 전동차가 사고가 같은 망상이 날마다 떠올랐다. 철교 위를 지날 때면 지하철 손잡이를 굳게 잡고 긴장했다. 강을 완전히 건너면 그제서야 안도했다. 재수 시절엔 하루 종일 벌어지는 모든 것이 불안했고 보이는 모든 것이 지루했다.

학원 생활이 두어 달쯤 흘러갔을 때다. 흐드러지게 봄꽃들로 세상은 흥청망청한데 그와는 반대로 재수생들의 무력감은 절정으로 치달아 저마다 책상에 길게 목을 빼고 늘어진 권태와 우울감에 몸을 떨었다. 그때 하나의 문장이 천사의 화살처럼 눈에 꽂혔다. 펼쳐진 학원 영어 교재의 새로 배울 단원 제목이었다.

‘Three days to see.’(
사흘만 있다면) 헬렌 켈러의 그리 길지 않은 수필이었다. 그녀는 태어나 열아홉 만에 시각과 청각을 잃었지만 가정교사 설리번 선생에 의해 펌프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모든 사물에 이름이 있음을 비로소 깨닫고 영혼이 깨어나는 경험을 했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3, 53세의 헬렌은 만약 내가 사흘만이라도 앞을 있다면, 가장 보고 싶은 무엇인지를 상상하며 편의 위대한 산문을 내려갔다.

첫째 날에는 사랑하는 설리번 선생님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싶고 친구들과 마리의 충성스러운 개와 아담한 집과 그리고 숲을 산책하며 아름다운 저녁놀을 바라보고 싶다고 했다.

둘째 날은 찬란한 먼동을 바라보고 자연사 박물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극장에 가서 예술을 통해 인간 영혼의 헤아릴 없이 다양한 측면들을 보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 날인 셋째 날은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이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어 뉴욕을 행선지로 정한 대도시의 여러 곳을 행복하게 돌아다닐 것이라고 했다. 다시 어둠이 내린 후엔 사흘의 기적이 가져온 멋진 기억들을 떠올리며 축복을 주신 것에 감사히 기도하고 남은 생도 아름답게 살리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에게 조용한 어투로 이렇게 조언한다. ‘내일 갑자기 장님이 사람처럼 여러분의 눈을 사용하십시오.’

그렇다. 눈멀고 귀먹은 최악의 장애인인 그녀는 멀쩡한 우리에게 오히려 인생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가르쳐 것이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하찮게 왔던 모든 것들의 진가를 알게 해준 것이다.

어디 눈뿐이겠는가. 귀도 그렇고 모든 감각기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일 모든 감각기관을 잃어버릴 것처럼 모든 보고 듣고 만진다면 세상에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어찌 그것들을 두고 세상을 떠날 어리석은 생각을 있을까? 순간순간이 감동에 북받치는데 무슨 한탄과 분노가 일어날 있겠는가?

돌이켜 보면 34 대입 시험에 실패한 내가 느꼈던 좌절과 상실감은 후에 벌어졌던 삶의 파도에 비하면 어린아이의 어리광이었다. 그러나 그때 우연히 만난 편의 글을 통해 나는 가늠조차 없는 비극적인 환경 속에서도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기적같이 살아가는 인생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는 기회도 있었다.

평생이 아니라 만약 오직 사흘만 없다면 우리의 인생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암흑의 사흘이 지나고 그리고 다시 눈을 시야에 펼쳐진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아마도 그것은 환희 자체가 아닐까? 완전한 암흑에서 조용히 빛을 기다리며 세상을 상상하는 체험을 갖는다면 삶을 보는 방식이 분명 전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일상이 온통 신기한 기적과 사랑으로 넘쳐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사흘 동안 없는 것을 나는 순전히 의지로만 견딜 있을까? 참으로 모르겠다. 당신은 어떠실는지? 사흘뿐인데….

 

 (헬렌 켈러는 암흑과 묵음의 세계에서 살다가 88세에 세상을 떠났다.)

항상 건강(健强) 하시고 좋은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I wish you have a healthy and happ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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